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돌아온 여준석(23·시애틀대)이, 이번에는 동료가 아닌 라이벌로 코트를 밟는다. 무대는 다름 아닌 한일전이다. 같은 대학 소속의 일본 유망주 가와시마 유토(20·시애틀대)와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한층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1일 오후 7시 안양체육관에서 일본과의 국가대표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1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는다. 평가전 성격이지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되는’ 라이벌전이다.

한국은 오는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컵 2025 본선을 앞두고 있다. 카타르, 호주, 레바논과 한 조에 속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한일전은 실전 대비 차원에서 중요한 실험 무대다.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2028년 LA올림픽을 겨냥한 장기적 세대교체에 집중하고 있으며, 주력인 가와무라 유키, 유다이 바바, 토미나가 게이세이 등은 현재 미국에서 NBA 서머리그에 도전 중이다. 이번 대표팀 역시 젊은 신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이름이 바로 가와시마 유토다. 일본 농구 명문 오호리 고교 출신으로, NBA 글로벌 아카데미를 거친 장신 포워드. 키 206cm에 정교한 슈팅력을 자랑하며, 지난 시즌부터 시애틀대에서 여준석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레드셔츠로 실전 출전은 없었지만, 미국 무대에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여준석과 가와시마는 학교에서도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맞대결은 곧 미국 무대에서의 ‘프리뷰’이기도 하다. 여준석에게는 존재감을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다.

여준석은 “시애틀에서 새 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고, 대표팀 선발 소식을 듣고 다들 축하해줬다. 가와시마와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서로 좋은 경기 하자고 했다”며 “대표팀에서 감독님이 내게 많은 역할을 기대하시는 게 느껴진다. 올 시즌에는 학교에서도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준호 감독 역시 여준석의 비중을 강조했다. “한국은 여전히 신장 열세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여준석과 이현중 두 선수가 팀에 얼마나 녹아드느냐가 중요하다. 두 선수가 보여주는 태도와 퍼포먼스가 전체 선수단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현재 대표팀은 김종규, 하윤기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여준석의 역할은 더 무거워졌다. 202cm의 신장에 뛰어난 운동 능력을 지닌 그는 미국에선 주로 2~3번을 소화했지만, 대표팀에서는 파워포워드(4번)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남은 건 실전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동료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맞붙게 된 여준석. 그가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을지, 한일전 첫 경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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