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중계 좀비티비] 16년 만의 마운드 복귀…올스타전 깜짝 등판한 최정, “우규민 형이 절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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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의 간판타자 최정(38)이 KBO 올스타전에서 이색 등판으로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16년 만에 다시 선 마운드는 짧았지만, 오랜 팬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2025 KBO 올스타전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졌다. 드림 올스타 대표로 출전한 최정은 3번 타자이자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그를 더 주목하게 만든 건 ‘투수 최정’으로의 변신이었다.
2회말, 드림 올스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우규민(KT)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연달아 적시타를 맞으며 실점을 이어갔다. 2사 상황에서도 투구수가 30개를 넘기자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투수 교체를 단행했고,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불펜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대신 3루수였던 최정이 글러브를 벗고 마운드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최정은 “규민이 형이 제 쪽을 보며 손짓을 하길래 처음엔 무슨 일인가 했어요.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 순간 ‘아, 나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죠”라고 당시 상황을 웃으며 회상했다. 이강철 감독은 최정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주형을 상대하게 된 최정은 최고 시속 121km의 직구로 맞섰고, 피안타성 타구를 유도했지만 삼성 디아즈의 호수비에 힘입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최정의 올스타전 기록지에는 ‘⅓이닝 투수’라는 이색 이력이 새롭게 추가됐다.
사실 최정에게 마운드는 전혀 낯선 무대는 아니다. 그는 2009년 KIA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에 등판한 이력이 있다. 당시에는 투수 은퇴 4년 차였고, 진지하게 타자를 상대했던 경기였다. 이번엔 다르다. 그는 “그때는 진짜 아웃 잡으려고 던졌는데, 지금은 부상 없이 스트라이크만 잘 넣자는 생각뿐이었다”며 “그래도 공이 존에 잘 들어가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올스타전 퍼포먼스답게 최정은 팬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마운드에 올랐을 때 공 세게 던지면 자칫 타자에게 위험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최대한 부드럽게 던졌다”며 “근데 너무 짧게 던져서 좀 아쉽다. 1이닝 정도 던졌다면 팬들도 더 재밌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정은 타석에서도 주목받았다. 1회초, 나눔 올스타 선발 폰세의 강속구에 팔꿈치를 맞았다. 통산 사구 356개로 KBO 최다 사구 보유자인 그는 “올스타전에서까지 몸에 맞는 공을 받을 줄은 몰랐다. 깜짝 놀랐다”며 웃어 보였다.
홈런더비는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불참했지만, 투수 등판이라는 반전으로 팬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한 최정. 그의 유쾌한 퍼포먼스는 ‘야구는 재미’라는 올스타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