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와서 물어보길래 깜짝 놀랐다."

경기 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베테랑 투수 류현진(38·한화 이글스)도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유망주 김진욱(23)이 지난해 9월 시즌 막바지 대전 원정을 왔을 때, 아무런 인연도 없이 그를 찾아와 체인지업에 대해 조언을 구했기 때문이다.

김진욱은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었다. 단순한 힌트라도 얻기 위해 큰 용기를 냈다"며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이론과 감각을 들을 수 있어서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류현진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체인지업을 익혀 실전에서 활용하고 있는 그는 "여러 선수에게 조언을 받았지만, 지금 연습법을 잡을 수 있게 된 건 류현진 선배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사실 김진욱은 한화에 있는 롯데 출신 선배 안치홍을 통해 소개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류현진을 찾아갔다. 15살 어린 후배의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류현진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류현진 또한 신인 시절이었던 2006년, 구대성(당시 37세)에게 체인지업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그 결과 KBO 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투수가 될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의 노하우를 묻는 후배가 더욱 반가웠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물어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기특했다. 우리 팀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조언해주지만, 다른 팀 선수들 중에서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물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온 타팀 선수는 거의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안정감 있는 투구

한편, 류현진은 3월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4회 전준우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지만, 이는 실투가 아닌 몸쪽 직구를 정확하게 공략당한 결과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홈런을 맞은 건 타자가 잘 친 것이니 신경 쓰지 않는다"며 "팔 스윙이 좋아 보인다. 다른 선수들이 힘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도 현진이는 여유가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7km, 평균 구속은 143km를 기록했다. 그는 "스피드나 제구 모두 괜찮았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훨씬 좋은 상태"라며 "작년에는 시범경기에서도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훨씬 편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 한 번 더 등판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감독님께 물어보라"며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 개막전 선발 여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이 정규시즌에서도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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